매일 아침, 신문 기사 읽기를 시작했다. 원래라면 일어나서 무기력하게 뒹굴거리던 시간에 휴대전화를 켜서 네이버 뉴스홈에 들어가 구독하는 신문사의 메인 뉴스들을 꼼꼼하게 뒤적거린다.
한때는 신문을 구독해서 읽기도 했었다. 크기가 크다보니 밖에 가지고 다니며 읽기는 불편해서 하루 중 신문 시간을 정해 바닥에 쭈그려 앉아서 읽곤 했다. 처음에는 모든 기사를 읽어봐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렸다. 내가 방심한 사이 중요한 일이 지나가버리는 기분이었다. 그러다가 신문에 익숙해지면서 점차 적당히 골라 읽는 방식으로 바뀌어 갔다. 그때 즈음 신문 구독을 끊었다. 방 한 켠에 쌓여가는 신문지와 매일 신문 시간을 정해서 숙제처럼 읽는 압박이 상당했다. 세상 일을 너무 많이 알게 되서 느끼는 피로감도 한몫을 했다. 아무도 시킨 일이 아닌데.
신문 구독을 끊고 몇 달간은 신문사의 호소 연락에 시달렸다. 신문 구독을 왜 끊으셨는지, 다시 하실 생각은 없는지를 묻는 전화가 2번쯤 왔고 나는 그때마다 쩔쩔매면서 내 사정을 적당히 둘러댔다. 신문사가 어지간히 어렵나보구나, 하고 말면 됐을 일이지만 당시에는 그게 참 미안했다. 시간이 흘러 다시 기사를 열심히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고 아이패드로 기사를 슥슥 내려 읽으며 종이 신문을 구독하던 때가 떠올랐다. 그럴 이유가 없는데 어딘가 아련했다. 아마 얼마 전에 주간지에서 읽은 레거시 미디어의 존립 이유를 열정적으로 설득하던 기획 기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언젠가 아카이브 영상을 뒤지다가 봤던 신문 찍는 공장 푸티지 때문일지도. 아니, 사람이 하는 일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픔이 없는 나라가 있을까. 그리고 인접한 나라들과 아름답기만 한 관계와 기억만 있는 나라가 있긴 한걸까. 아마 나라라는 체계가 있기 전, 인간이 어렴풋이 나눠져 무리를 짓고 살 때에도 그런 일은 없을테다. 무리를 지으면 안과 밖이 생기니. 동아시아도 그렇다. 동남아시아와 동북아시아로 통칭되는 나라들. 영화는 해협을 사이에 둔 대만, 중국, 한국, 일본을 넘나든다. 그 중심에는 전쟁이 있다.
대만 타이난에 사는 여성이 대만 부리람에 있는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의 보이스오버로 영화는 처음 입을 뗀다. 타이난 인근에서 큰 지진이 났다고. 여성은 한국에서 온 남자와 함께 진먼 섬에 가기로 했다고 한다. 8.23 포격이 있었던 섬에서 둘은 한국인 기자의 이름을 발견한다. 해협을 사이에 두고 벌어진 전쟁들의 흔적을 쫓는다. 긴 이미지들이 이어진다. 각 나라에선 전쟁의 불안과 위령들을 위한 의식을 치르고 여성은 편지를 통해 어머니에게 감정을 전달한다.
'해협'은 편지, 분절마다의 블랙화면 설명, 그리고 이미지로만 구성된다. 러닝타임 2시간 동안 해협을 건너면서 연이어 전쟁, 죽음, 애도에 대한 다소 관조적인 이미지만을 보여주다가, 일본 천황에 대한 이미지(무덤과 집회)에 다다른다. 영화의 의중을 눈치챌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장면일 것이다. 동아시아 사람들의 삶을 지진처럼 흔들던 전쟁, 그리고 평화를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는 지금. 해협만큼의 거리와 해협만큼의 깊이의 애도와 불안을 말하기 위해 영화가 할 수 있는 건 해협을 건너 그 여진을 쫓는 일 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금주의 음악 앨범
Scientific Dub
by 모호
트랙리스트
1. Drum Song
2. Keep a Good Dub Rubbing
3. Texi to Baltimore
4. Satta Dread
5. Every Dub Shall Scrub
6. Blacka Shade of Dub
7. Bad Days Dub
8. East of Scientist Corner
9. Just Say Dub
10. Words of Dub
앨범 Scientific Dub
아티스트 Scientist
발매 1995
길이 34min
스트리밍 모든 플랫폼
덥은 최고의 작업 음악이다.
레게 장르에 대한 예찬을 모호순에 썼던 적이 있다. 소개했던 앨범은 Peter Tosh의 Legalize It. 애정하는 레게 앨범 중 하나다. 오늘은 덥이라는 레게의 파생 장르 앨범을 소개해볼까 한다.
덥은 우연히 탄생했다. 댄스 파티에서의 보컬 빠진 레게 트랙으로부터 시작해 7~80년대에 본격적으로 태동했다. 재밌긴 하지만 덥의 역사와 특성, 문화와의 관계까지 공부할 것까진 없다. 레게 음악의 리믹스이자 디아스포라의 음악이라는 정도만 알아도 덥을 즐기기에 충분하다. 평소 보일러룸이나 HOR Berlin 같은 채널에서 믹스를 재생해놓는 사람이라면 덥을 즐기기 더없이 좋다. 기본적으로 반복과 변주의 장르이자 (보통) 가사가 많지 않기에 음악에 집중해도 좋고 집중하지 않아도 괜찮다. 요즘 같은 흐리고 습한 날씨, 쾌적한 실내에서 여러 덥 앨범을 골라놓고 틀어놓기에 좋다.
이사한 작업실에서는 음악을 고르는 일에 조금 더 정성을 들이려고 한다. 집에서야 그날 내가 듣고 싶은 음악을 장르를 따지지 않고 틀어두어도 아무 문제가 없지만 같이 있는 공간에서 음악을 트는 건 여러모로 신중해야 할 일이다. 동료의 집중력을 앗아가면 안되니. 얼마 전, Scientist의 앨범 Scientific Dub을 골랐다. 작업실 음악 같네요. 모순은 꽤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다음에는 무슨 음악을 골라서 만족을 시킬까. 덥 음악을 시작한 사람들이 이런 기분이었을까.
금주의 사진
뼈대
by 모순
볼트와 철심으로 고정된 코뼈와 턱으로 겨우 형상을 유지하는 고대 생명의 얼굴엔 아직 영혼이 맴도는 듯하다. 뼈대만으로도, 뼈대만 있다면 상상력은 끝도 없이 울창해질 수 있다는 믿음이 조명 아래 번진다. 상상력은 울창한만큼 모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