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모호와 작업의 주제와 방향성에 대해 논의하면서 성취와 성장의 차이를 다시 짚어보게 됐다. 닮았지만 분명히 다른 두 단어다. 우리는 성취라는 말을 더 자주 입에 올린다.
영화는 지하철 역사 안 CCTV 푸티지로 시작된다. 기본적이고 필수적인 교통수단 지하철은 피할 수 없는 일상 공간이다. 그러나 그곳에 누군가 뛰어든다. 라디오, TV, 신문에 매일 등장하는 비극은 너무 자주 들려 일상이 된다. 일상이 된 비극은 더이상 감각되지 않는다. 무언가가 일상에 수몰되고 나면 우리는 그것을 내면화한다.
인터뷰에 등장하는 2, 30대 청년들은 기간제와 비정규직으로 살아간다. 직장을 옮겨다니는 일에 익숙해진 그들은 언제든 다시 유사한 일을 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들의 태도는 낙관적이다. 그리고 광고가 등장한다. 신용카드다.
입, 눈, 얼굴의 면. 조각으로 등장하는 사람들은 신용카드 이용금액을 갚는데 일상을 바치고 있다. 이어지는 목소리는 금융 전문가로 신용카드 상품의 전략을 건조하게 설명한다. 은행에게 가계는 선점해야 할 시장이다. 신용이 없어도 발급 가능한 신용카드는 그렇게 전이됐다. 신용카드 이용자는 사회에 불만이 없다. 이것은 내가 행위한 것에 대한 내 책임이니까.
알고 있지만 본 적 없는 미세먼지를 우리는 매일 마시고 있다.
금주의 음악 앨범
TWO MOHICANS
by 모호
트랙리스트
1. Definitely やっさん
2. Hong Kong Flu
3. Elegant Girl's Thinking (Vox By のぶる)
4. 男泣坂(おなきざか)
5. Two Mohicans
6. ニューデリー・ジャスト ハンギンアウト!
7. Charity (再)
앨범 TWO MOHICANS
아티스트 Cool Spoon
발매 1995
길이 30min
스트리밍 모든 플랫폼
여행을 가고 싶다.
나는 시간이 나도 굳이 해외 여행을 떠나지 않는 부류였다. 여행으로 얻는 자극과 휴식이 그닥 유혹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생각이 바뀐 건 얼마 되지 않았다. 아마 혼자 혹은 둘이 가는 여행의 매력을 알게 된 이후부터였다. 여행에서의 하루를 마음대로 정하고 내가 경험하고 싶은 것들로만 채울 수 있다니. 느긋하게 일어나 중고 서점에서 해석할 수 없는 언어로 된 책을 구경하고 중고 음반 가게에서 앨범들을 뒤적거리고 극장에 가고. 먹어보고 싶은 걸 먹고 마셔보고 싶은 술을 마시고 대뜸 작은 공연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전에는 몰랐다. 물론 서울에서도 전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그곳에선 한국어가 들리지 않는다. 예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이벤트처럼 벌어지고 외부인으로 거닐 수 있다.
이번 주에 COOL SPOON의 앨범을 요즘 가장 자주 만나는 두명과 각각 같이 들었다. 한명은 벌써 여름같다고, 한명은 나와 여행을 가고 싶다고 했다. 나도 여행가고 싶다, 하고 혼잣말을 했다. 어디라도 좋다. 전부터 오래 머물러보고 싶던 체코도 좋고, 일본도 좋고, 호주도 좋다. 여행을 가서 노트북을 펴놓고 일을 해도 괜찮다. 대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미뤄둔 책과 영화를 볼 수 있고, 산책할 정도의 여유가 있고, 시간을 보낼만한 좋은 카페만 있으면 된다. 여행을 가고 싶은게 맞나. 서울에서 잠시 도피하고 싶은게 아닐까. (나에게) 여행과 도피는 많이 다른가.
금주의 사진
TOLIET
by 모호
TOLIET을 억지로 TOiLET로 고쳐놓은 모습에 술김에 화장실을 가다가 피식거렸다.
표시판을 붙이고 나서 한참 뒤에 뭔가 이상함을 알았을까. 뒤늦게 알아차리고 의자를 받치고 올라가 식당에 있는 붉은 매직으로 덧칠하고 있을 모습이 떠오른다. 고치면서도 피식피식 웃었을까. 오비이락이든 오이비락이든, 삼수갑산이든 산수갑산이든. 영 실없이 웃을 일이 없는 요새는 TOILET이 TOLIET이 되는 정도의 유머, 어설프게 고쳐둔 손글씨 정도의 넉살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