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에 혼자 간 건 오랜만의 일이다. 거의 2년이 넘은 일. 예전이야 자주 들르던 바가 있었지만 이젠 하루를 닫아 마감한다는 기분을 느끼기 어렵다보니 정 붙일 바를 찾을 마음이 없었다. 그렇다. 핑계다. 사실은 바에 갈 바에 맛있는 저녁에 소주를 한 잔 하고 말았다.
오랜만에 새로운 바를 찾고, 또 들른 건 정말 시간이 비어서였다. 호주에서 잠시 한국에 돌아온 반가운 얼굴을 보고 다음 약속까지 시간이 비어버렸다. 호주에서 온 그는 술을 마시지 않기 때문에 모인 이들 역시 술을 한 잔도 입에 대지 않았고, 나 역시 술 없이 어울리는 것이 좋아 깔끔한 맨 정신으로 즐거운 약속을 끝내고 망원동으로 향했다.
실은 망원동을 그렇게 자주 돌아다녔지만 그렇다 할 만한, 또 혼자 갈 법한 바를 가본 적은 없었다. 혼자 술을 마셔야겠다! 라는 생각이 지하철에서 문득 들고 지도 앱을 켰을 때 망원역 근처에 즐겨찾기 되어있는 바가 없어 당황스러웠다. 그제야 부랴부랴 검색을 시작했고, 사람이 많지 않을 법한 골목의 '빌라 마리아나'라는 가게를 찾아냈다.
'빌라 마리아나'는 내 기대대로 손님이 많지 않았고 아늑한 분위기였다. 가운데에 엘피 플레이어가 있고 그 주변을 바가 두르고 있는 형태였다. 깊숙한 곳엔 테이블 좌석도 있었다. 나는 조용히 바 좌석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라프로익을 주문했다.
오랜만에 혼자 술을 마시니 조금은 머쓱했다. 예전엔 가게에서 혼자 소주도 잘만 마셨으면서. LP 판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면서 술을 홀짝거리고, 한 쪽에 프로젝터로 재생되고 있는 단조롭고 대화없는 여행 영상을 보고. 그러다가 어색해지면 휴대전화로 블로그 앱을 뒤적거렸다. 예전에는 혼자 바에 오면 무엇을 했더라.
한 무리의 손님이 떠나고 자리를 정리한 사장님이 말을 걸어왔다. 피트 위스키를 좋아하느냐고. 위스키를 잘 모르는데 피트 위스키는 맛있더라, 하는 대답으로부터 이어진 대화는 사장님이 판매 중인 다른 피트 위스키 라인, 음악, 영화로 끊길 듯 끊기지 않으며 이어졌다. 서비스로 받은 라가불린을 홀짝거리며 나는 오랜만에 낯선 이와 편안한 대화를 나눴다.
판을 갈던 사장님이 음악 신청이 가능하다며 좋아하는 장르를 물어왔다. 나는 우물쭈물거리다가, 엠비언트요 하고 말았다. 왜 엠비언트를 말했을까. 락을 말하지 않았다. 하위 장르를 장황하게 말하지 않았다. 좋아하는 밴드도 말하지 않고. 그야 요새 듣지 않으니까. 요즘 정말로 듣는 건 엠비언트가 맞으니. 사장님이 알고 지낸다는 아티스트의 앨범이 곧 재생됐다. 나는 한 잔을 천천히 비우고 곧 자리를 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