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달부터 속이 아프다. 식사를 하고 나서 소화가 잘 되지 않거나 속이 쓰리다가 심하면 헛구역질을 하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가장 먼저 위부터 안좋아졌던 터라 이제 정말 쉬라는 몸의 경고처럼 느껴진다. 사실 육체적으로 스스로를 혹사하고 있진 않다. 가능하면 일찍 잠에 들려고 노력하는 편이고, 예전처럼 특별히 과로하지도 않는다. 아마 심리적인 이유일테다. 현대인의 스트레스 관리법을 챗지피티한테 물어봤지만 아주 도움될만한 내용은 없었다. 말을 해야겠다. 그리고 글을 써야겠다. 내어놓지 않으면 안에서 한참을 뒹굴면서 내장에 생채기를 내는게 틀림없다. 그래서 위가 아프겠지. 위내시경을 예약하기로 했다. 내장 안에 무엇이 들어있나 봐야겠다.
교토는 직물의 도시로 유명하다. 교토에서 생산된 직물은 기모노, 공예품, 유카타 등으로 만들어져 일본 전역으로 팔려나간다. 영화 <니시진>은 교토 니시진 지역의 장인들을 카메라에 비추며 그들의 노동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특별한 설명 없이 전개되는 타이트한 샷들을 보고 있으면 장인(곧 노동자)의 강도 높은 반복 노동이 눈에 들어온다. 하지만 그들은 별다른 불만이 없어 보인다. 아니, 불만이 없어 보일 뿐이다. 일본인이 아닌 사람들에게조차 하나의 고결한 정신처럼 받아들여지는 전통주의와 장인정신은 노동의 뒤편을 쉽게 가려오고 있었을지 모른다. 영화는 그 간극을 균열 내려는 것처럼 노동의 단편들을 이어붙인다.
금주의 음악 앨범
소실
by 모호
트랙리스트
1. 비상구
2. 오후 세 시
3. 476-20 4. 테러
5. 소실
6. 냄새
앨범소실
아티스트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
발매 2012
길이 30min
스트리밍 모든 플랫폼
냄새가 듣고 싶어졌다.
서울대입구역 근처에 살적에 자주 가던 술집이 있었다. 낙성대역 인근의 작은 지하 술집이었는데, 항상 손님이 많지 않았다. 그곳을 알게 된 건 밴드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 때문. 밴드의 멤버 중 한 명이 오픈한 술집이라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주워들었기 때문이다.
술집에는 재밌는 포스터들이 많았다. 음악을 좋아한다면 반가워 할 법한 밴드의 앨범 사진이라던지. 그곳에서는 마음껏 음악을 신청할 수 있었는데, 신청곡이 끝나도 비슷한 장르의 곡들을 이어 틀어주는 센스가 있었다. 당시 대학생이었던 나는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을 데려가기도, 혼자 가가서 진토닉을 홀짝거리며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그 술집의 주인은 더 이상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의 멤버가 아니었다. 술집을 넘겼다는 사실을 또 어디선가 주워들었다. 그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나는 술집에 자주 갔다. 경기도로 이사를 간 후에도 가끔 찾아가곤 했다. 다만 작년에 서울로 다시 이사하고 나서는 가본 적이 없다. 아직 영업을 하려나. 꿈에 카메라를 가져올걸의 '냄새'를 들으며 그곳을 떠올렸다.
금주의 사진
신발 사진
by 모순
시간이 흘러간다. 아니 지나친다.
핸드폰 사진첩을 열어봤다. 참고를 위해 찍은 사진이 그리드를 가득 채운다.
그러다 이 사진. 기억을 위한 사진. 다섯 켤레의 신발.
더이상 내 발에 맞지 않지만 버리기엔 애정하고 팔기엔 너무 닳아버린 신발들.
몇년 간 왕래가 뜸하다가 최근 일 때문에 자주 보는 과거 직장 동료이자 친구 녀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