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는크리스마스캐럴을어느 카페 브랜드보다일찍튼다. 그점이좋다. 특별히스타벅스에 대한 애정은 없다. 캐럴을좋아할뿐이다. 여름에도한두번쯤캐럴을틀어놓고운전한다. 그렇다고크리스마스가특별하다고생각하지 않는다. 기독교인도 아니다.그저캐롤에 붙어있는 감정, 그것과 함께오는무언가가좋다.
캐럴을들으면세상에 원치 않는 것들이사라지고, 그나머지것들이벌어질것만같은환상이든다. 슬픔, 아픔, 분노, 오해, 불만, 갈등, 죽음, 시련, 부조리같은것이 일년에 하루 정도는 사라질 수 있고, 그 하루가 어쩌면 크리스마스일지도 모른다고. 막상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 감흥은없다. 현실을알기때문이다. 그래서캐럴이좋다. 오로지상상만하고,현실은뒤로할수있다. 도피적 상상력과 불완전한 위로.
by 모순
1. 금주의 다큐멘터리
<셔커스> by 모순
2. 금주의 음악 앨범
<아무것도 기념하지 않는> by 모호
3. 금주의 사진
<스물 아홉, 문득> by 모호
금주의 다큐멘터리
셔커스
by 모순
제목 셔커스
감독Sandi Tan
개봉 2018
길이 96분
관람 넷플릭스
1992년샌디탄은 19살무렵친구들과싱가포르에서로드무비영화를찍는다. 그녀는시나리오를썼고연출은그녀의영화멘토역할을했던 ‘조지’였다. 촬영이끝난후조지는필름과함께사라졌다. 조지가그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들려줬던 스스로의삶은거짓이었음이 드러난다.그렇게극영화 ‘셔커스’도 사라졌다. 그러던어느날샌디 탄에게필름이돌아온다. ‘셔커스’는다큐멘터리로세상에나오게됐다.
이런생각이든다.
1. 누군가의꿈과진심을파괴함으로써대상을사랑하는방식도고유성이라용인할수있을까. 사랑이라고 말하며 모든 경계를 넘는 사람들, 그들 역시 어떤 불안과 욕망의 구조 속에 있을까.
2. 거짓으로스스로의삶을덧바르고활개하는그를믿은 사람들은무엇을할수있을까. 삶을 이루는 일부의 시간, 감정, 열정이 모두 무너져 버린다. 그 모든 것을 성찰의시간이었다고부르며자위하는것이유일한해결일까.
3. 상처의 잔혹함은 받은 사람들의 것이라는 점.
금주의 음악 앨범
아무것도 기념하지 않는
by 모호
트랙리스트
1. Wiegenlied (Guten Abend, Guten Nacht)
2. 어느새 3. 온도시가불타는꿈 4. The Future Was Beautiful
5. 평서문
6. 악연
7. 아무것도 기념하지 않는
앨범 아무것도 기념하지 않는
아티스트 조월
발매 2020
길이 39min
스트리밍 모든 플랫폼
얼마 전, 인스타그램 스토리를 휙휙 넘기다 조월의 스토리에 손가락이 멈췄다. 앨범 '아무것도 기념하지 않는'의 CD가 소량 입고 됐다는 소식이었다. 이 재고가 끝이 나면 더는 만들지 않는다는 추신에 홀린 듯 김밥레코즈에 들어가 결제를 했다. 입금이 확인되었다는 문자를 받고 한참을 상념에 젖었다.
조월의 음악을 들으면 떠오르는 사람과 상황이 끝도 없이 많다. 주로 같이 들었던 사람들과 혼자 마셨던 술이 대부분이다. 그의 목소리는 향수를 부르는데 내가 정말 그리워하는건지 혹은 그리워짐 당하는지 모르겠다.
가장 그리운 건 한여름의 전주국제영화제다. 직장에 다닐 때에, 연차를 모아 쓰고 떠났던 전주. 밤새 영화를 보고 영화를 보는 사람들과 섞이고 걷고 음악을 듣고 콩나물 국밥을 먹고. 아직도 전주를 떠올리면 눈물 흘렸던 긴 다큐멘터리와 함께 조월의 음악이 자동재생된다. 특히 마지막 트랙 '아무것도 기념하지 않는'. '소나타 택시 안에서 네가 보낸 편지를 읽네...'로 시작하는 음악의 도입부를 흥얼거리면 기관지에서 알콜 향까지 난다.
전주국제영화제를 두 해나 가지 않고 넘겼다. 이제 취한 상태로 조월의 음악을 흥얼거리지 않는다. 변했나. 변한게 좋은 건가. 궁상을 떨진 않네. 택배로 조월의 앨범이 도착했다. 차에 그것을 가져다 두었다. 오래 오래 나는 '아무것도 기념하지 않는'을 플레이하며 모든 것을 기념할테다.
금주의 사진
스물 아홉, 문득
by 모호
저 멀리서 '스모크핫커피리필'이 흘러나왔다.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달렸다. 푸른 빛이 새어나오는 무대로 가까워질수록 밴드 3호선 버터플라이의 형상이 뚜렷해졌다. 사람을 비집고 가까이 가지 않았다. 적당히 가까운 거리에 자리를 잡았다.
'꿈꾸는 나비'를 거쳐 '스물 아홉, 문득'에 다다랐다. 언젠가 개인 블로그에 적은 적이 있다. 스물 아홉, 문득은 아껴두었다가 꼭 스물 아홉에 듣겠다고. 스물 아홉이 거짓말처럼 느껴지는 나이일 때부터 줄곧 해온 생각이었다. 보컬 남상아 씨는 스물 아홉이 있냐고 손을 들어보라고 했다. 나는 손을 들고 펄쩍 펄쩍 뛰었다. 아직 올해의 '스물 아홉, 문득'을 듣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해체했던 밴드가 락 페스티벌에 나타나 스물 아홉을 위해 '스물 아홉, 문득'을 불러주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