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끝났다. 초여름 대선의 과정은 여러 의미로 충격적이었다. 이야기들은 유령처럼 떠돌고 쥐어 잡을 수 있는 거라곤 혐오 뿐.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것'들에 5월이 금세 지나가버렸다. 6월을 기점으로 한창 더워질 모양이다. 벌써 모기에게 몇방의 헌혈을 한건지. 또 몇방의 헌혈을 해야할지. 차라리 피를 나누어 해결할 수 있는 일이라면. 피만큼 선명하고 진한 건 없으니. 한 해의 반환점을 향해 달리고 있다.
by 모호
1. 금주의 다큐멘터리
<해피엔드> by 모호
2. 금주의 음악 앨범
<Music Has the Right to Children> by 모호
3. 금주의 사진
<눈 감아> by 모순
금주의 다큐멘터리
해피엔드
by 모호
제목 해피엔드
감독 네오 소라
연도 2024
길이 113min
관람 상영 중
코우는 재일교포 4세다. 유타는 테크노에 빠져있다. 그 둘은 친구다. '지진'으로 엮어진 세계에서 이 세 가지 서술은 둘의 사이를 진동하며 정치, 문화, 사회적 질문을 던진다. 대부분의 우정이 그렇듯 코우와 유타는 서로 사랑하지만 사랑할 수 없고 이해하지만 이해할 수 없다. 영화에서 내내 경고하듯 상기시키는 것처럼 세상의 안과 밖의 프레임은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우정에 의해 조금이라도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는 점에 안도해야할지. 우정 같은 맛이 괴로웠다.
다큐멘터리 영화로 분류되지 않는 '해피엔드'를 모호순에서 이야기 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건 다큐멘터리를 하고자 했던 마음과 이 영화가 무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마도 우리의 안엔 코우와 유타가 함께 있을 것이다. 직면하려 애쓰지만 잘 바라봐지지 않는 코우와 외면하려 애쓰지만 자꾸 바라보게 되는 유타. 때론 나는 유타여서 다큐멘터리가 좋았다가 코우여서 다큐멘터리가 좋다. 영화 속 등장하는 프리즈 프레임들처럼 반짝거리는 순간들이 멈추었다가 반대쪽 길로 나누어지는 일. 내 안에서조차 안과 밖이 나누어져 두 마음 간의 우정으로 그것을 흐리려고 노력하는 일, 꼭 다큐멘터리만의 일도 아닌 것. 그래도 하나 괜찮은 건 모두에겐 각자의 '테크노'가 있다는 사실인 것 같다. 이왕이면 신나는 걸로.
금주의 음악 앨범
전자음
by 모호
트랙리스트
1. Wildlife Analyis 2. An Eagle In Your Mind 3. The Color of the Fire 4. Telephasic Workshop
5. Triangles & Rhombuses
6. Sixtyten
7. Turquoise Hexagoen Sun
8. Kaini Industries
9. Bocuma
10. Roygbiv
11. Rue the Whirl
12. Aquarius
13. Olson
14. Pete Standing Alone
15. Smokes Quantity
16. Open the Light
17. One Very Important Thought
18. Happy Cycling
앨범Music Has the Right to Children
아티스트 Boards of Canada
발매 1998
길이 60min
스트리밍 모든 플랫폼
날이 더워지기 시작하면 전자음악이 생각난다. 사실 핑계다. 날이 덥건 춥건 전자음악 생각은 난다. 하지만 확실한 건 음악엔 고유의 온도가 있다. 듣는 사람에 따라 감지하는 각자의 온도. 누군가에게는 Boards of Canada의 이 앨범이 차가울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따뜻하고 포근한, 그러면서도 밤공기처럼 서늘한 앨범이다.
날이 더워질수록 헤드폰을 쓰고 다니기 어려워진다. 어렵지만 해낸다. 날이 얼마나 덥건, 헤드폰에 땀이 차건 말건 귀를 덮고 음악을 밀어 넣는다. 여름의 음악들엔 특별한 감상이 더해진다. 불처럼 덥던 노이즈와 습한 기타. 대부분 락 음악의 범주에 있지만 습기는 전자음악에도 침투하기 마련이다.
어느 해의 여름이었던가, Boards of Canada를 들으며 Boards of Canada를 들으러 갔었다. 다시 말하자면, 어느 좋은 음향 기기를 보유한 카페에 가며 헤드폰으로 음악을 들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지하철에서 버스로, 또 버스로 갈아타며 카페에 도착했지만 시원한 곳에서 시원한 음료를 마시며 좋은 스피커로 듣는 Boards of Canada는 그저 좋다, 소리가 참으로 잘 들린다는 감상에 그쳤다. 오히려 가는 길, 땀이 가득 찼던 헤드폰에 흘렀던 Boards of Canada가 더 촉촉했다. 땀 때문인가. 그후로 나는 음악 감상에 일정 수준 이상의 대단한 돈을 들이지 않는다. 역시 세상엔 돈 보다 중요한게 많네, 하고 자위하며. 불굴의 음악 감상 계절이 오고 있다. 나는 매해 그랬던 것처럼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금주의 사진
눈 감아
by 모순
이 사진을 본다. 눈을 감는다. 아직 떠오른다. 옷을 벗었던 곳. 물 안에서 반대편에 보이는 광활한 바다. 내리쬐는 햇살에 빛나는 얼음이 섬광을 일으키며 흐른다. 생각보다 춥지 않은 밖. 생각보다 뜨겁지 않은 물. 시간이 1분은 1분처럼. 1시간은 1시간처럼 흐른다. 평소와는 다른 대화 주제. 속세와 관련 없는 너와 나에 대한 이야기. 물속에 귀를 담고 수면 위에서 돌멩이를 떨어뜨린다. 물속에서 돌멩이는 이런 소리로 빠지는구나. 하나만 떨어뜨려 보고 수십 개의 알을 동시에 떨어뜨려 보고. 새로운 소리, 오래된 감각. 일순 얼어붙은 사진 속 장면이 눈을 감으면 흐르고 팽창한다. 우리가 담긴 사진을 보면 눈을 감아봐야 한다. 사실을 좇는 눈이 감각을 감추기 전에. 기억을 멈추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