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083_26.09.11.
모호 성원 / 모순 영인
살면서 좋아하는 다큐멘터리, 음악, 사진 하나씩만 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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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엉망이 되어갈 때 여러분은 무엇을 하는가? 나는 산책을 한다.
그리고 운이 좋으면 버섯을 발견한다."
— 애나 로웬하웁트 칭, 《세상 끝의 버섯》
오늘 처음 펼친 책의 첫 문장이 저렇게 시작했다. 그러게, 나는 무엇을 하지. 애석하게도 저렇게 분명한 행동을 나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몇 가지 도움 됐던 것들은 있다. 숨이 헐떡이는데도 계속 달려서 드럼통에 갇힌 것처럼 심장 고동 소리가 온몸을 터뜨릴 것 같을 때. 또는 홀로 3박 정도 여행을 떠나 말동무 하나 없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나와 말싸움하며 진저리나게 보내는 것 정도다. 전자는 그렇게나 뛰러 집밖을 나서는 결심이라는 관문 탓에, 후자는 시간과 돈이라는 장벽 탓에 일상적인 해방책이 되지 못하고 있다.
아, 자전거가 있었다. 2년 전, 날씨가 선선해지자 자전거를 타고 혼자 중랑천을 따라 북쪽으로 계속 페달을 밟았다. 오직 두 다리로 만들어낸 동력으로 풍경을 뚫어내고, 내리막길이 나오면 그만큼의 에너지가 바람이 되어 땀을 털어냈다. ‘그래, 이거면 됐다!!’ 속말이 아니라 입 밖으로 말이 튀어나왔다.
그러고 보니 어린 시절 혼자 매일같이 자전거를 타고 나가 놀았다. 지도 없이 바퀴 가는 대로 골목길을 저어댔다. 모르는 길이 나오면 적극적으로 갔다. 길 끝은 결국 아는 길로 이어졌다. 그럴 때면 그만큼 세상이 넓어진 것 같아서 나 홀로 의기양양했다. 날이 다시 선선해지고 있다. 내일 자전거에 바람을 넣자. 버섯을 볼게 될지도 몰라.
삶이 엉망이 되어갈 때, 여러분은 무엇을 하시는지.
by 모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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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주의 다큐멘터리
<고독의 오후> by 모순
2. 금주의 음악 앨범
<> by 모호
3. 금주의 사진
<> by 모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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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고독의 오후
감독 알베르 세라
공개 2024
길이 2시간 6분
관람 왓챠, 웨이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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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열, 욕망, 열정. 본능적이고 위험한 것. 담력과 엉덩이. 사라진 관객. 자동차 구도의 반복 속에서 의식이 되어버린 대화.
영화를 보며 머릿속에 떠오른 단어들의 나열이다. 페루 출신 투우사 안드레스는 유려한 외모와 칼로 소와 싸운다. ‘싸운다’는 말은 적절하지 않지만 달리 적당한 말을 찾지 못했다. 투우 현장에는 피가 진동한다. 안드레스는 허리춤에 각을 세워 팔을 얹고 소와 대면한다. 발레를 연상시킬 만큼 꼿꼿하고 우아하다. 아마존 어딘가에서 화려한 깃털로 암컷을 유혹하는 수컷 새처럼, 맹렬하게 관객에게 자태를 뽐내며 사랑을 갈구한다.
동시에 그는 위태롭다. 소는 거침없이 그를 들이받는다. 들이받히는 순간 화려한 깃털은 온데간데없고, 그는 가녀린 알처럼 몸을 한껏 웅크려 목숨을 지켜낸다. 흙먼지를 털고 다시 일어선 그의 자태에서 엉덩이가 노골적으로 도드라진다. 공기 들어갈 틈도 없이 몸에 들러붙는 투우사의 옷은 혼자서 입을 수 없다. 그는 꽉 끼는 내복을 먼저 입고 성기를 한쪽으로 정리한다. 침대에 아기처럼 누우면 조수가 바지를 끼워 넣고, 바지춤을 쥐고 몸을 몇 번이나 들어 올려 살갗에 틈 없이 달라붙게 만든다. 신체의 곡선은 화려한 금빛 옷감 위로 여과 없이 드러난다.
영화는 배제를 통해 고독을 남긴다. 카메라는 관객석을 찍지 않는다. 화면에는 오직 소와 안드레스만 현존한다. 망원렌즈로 바짝 당겨 잡은 아수라장의 현장에서, 안드레스는 입을 짐승의 주둥이처럼 씩씩대며 소에게 도발을 건다. 소의 두툼한 어깨 위로 반짝이며 흐르는 피가 더 잘 보이도록 작살에는 하얀 깃털이 달려 있다. 마치 ‘피를 즐기소서’라고 말하는 듯하다. 안드레스의 화려한 옷도 어느새 피로 물들어간다.
인터뷰도 없다. 대화는 투우장으로 가기 전과 후, 성인 남자가 일어서도 될 만큼 거대한 롤스로이스 밴 안에서만 오간다. 언제나 같은 구도로 찍히는 그 공간에는 안드레스의 유약한 푸념과 동료들의 형식적인 응원만 맴돈다. 안드레스가 없는 밴의 모습이 딱 한 번 비치는데, 동료들은 그가 자리를 비우고 나서야 비로소 진짜 속마음과 걱정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소. 소가 죽어야 투우는 끝난다. 소의 눈, 소의 발, 소의 귀, 몸통, 꼬리, 뿜어져 나오는 피, 그리고 순식간에 빛을 잃고 헐떡이다 꺼져버리는 눈동자. 안드레스는 죽여야 한다. 멋지고 완벽하게. 그것이 그의 직업이다. 투우, 전통이라는 이름을 두른 산업, 비즈니스. 어찌할까.
폭력의 잔혹함 그리고 위태로운 인간 그리고 사랑을 갈구하는 소년의 정열. 현대의 규범을 벗겨낸 그 야만의 자리에서, 불쾌와 쾌락은 기괴할 정도로 한 몸이 되어 엉겨 붙는다. 소와 안드레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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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리스트
1. Come Back to Earth
2. Hurt Feelings
3. What's the Use?
4. Perfecto
5. Self Care
6. Wings
7. Ladders
8. Small Worlds
9. Conversation, Pt. 1
10. Dunno
11. Jet Fuel
12. 2009
13. So It Goe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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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Swimming
아티스트 Mac Miller
발매 2018
길이 58min
스트리밍 모든 플랫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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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npr이나 kexp 같은 유튜브 라이브 무대 영상들을 챙겨보던 2018년, 맥 밀러의 이 tiny desk 라이브 영상도 업로드 된지 얼마 되지 않아 챙겨봤다. 풋풋한 맥 밀러의 KIDS 앨범도 좋지만, 어쩐지 이젠 조금 편해보이는 이번 Swimming 앨범이 참 괜찮다고, 특히 이 라이브에서 Thundercat과 함께 하는 모습이 행복해보인다고 생각했다.
맥 밀러는 2018년 9월, 약물 과다 복용으로 세상을 떠났다. 위에 첨부한 tiny desk 라이브 영상이 유튜브에 업로드 된지 1달 만이었다. 매번 마음을 조금이라도 줬던 음악가들이 세상을 떠날 때마다 그렇지만, 한동안 묘한 기분에 빠져 있었다. 당연히 일면식도 없는 사람이지만, 그리고 이미 죽은 사람들의 음악을 수도 없이 들어왔지만. 내 기억 속에서 움직이고 노래하던 사람이 한달만에 이제 없다는 걸 받아들이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또 어떤 삶을 살았는지 겨우 아티클에서나 엿볼 수 있는, 멀리 떨어져 있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의 앨범들을 다시 들으며 살아왔던 삶을 가늠하는 것 뿐이었다.
시간이 흘러 맥 밀러의 사후 앨범이 몇 개인가 나왔다. 실은 2018년 이후로 맥 밀러의 앨범을 플레이 하지 않았다. 아주 아주 좋아하는 아티스트도 아니었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그의 앨범을 다시 들은 건, 인스타그램에서 무심코 지나치다가 본 한 게시글 때문이었다. 이미 꽤 유명한 아티스트를 뒤늦게 듣고 혼자만 잘 아는 척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콘텐츠였다. 그 '이미 꽤 유명한 아티스트'가 맥 밀러였다. 고작 이런 조롱 게시글에 쓰인 그의 음악이 안타까워서, 갑자기 tiny desk에서의 모습이 보고 싶어서 Swimming 앨범을 플레이하고 유튜브에서 mac miler tiny desk를 검색했다. 응원으로 가득했던 댓글창은 이제 추모 댓글로 가득했다. 그는 여전히 영상 속에서 멋진 모습으로 행복하게 노래하고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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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도 서쪽의 한 해변, 갯벌의 앞이었다. 이곳에 온 것은 올해만 두 번째다. 봄 즈음에 한 번, 그리고 여름 끝에 한 번. 사람들은 가족, 연인, 친구끼리 삼삼오오 모여 해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있었다. 서로를 찍어주기도 하고, 같은 방향을 보고 있기도 했다. 아주 붉은 해가 구름 뒤로 숨었다가 금방 산 뒤로 넘어갔다. 온통 붉었던 하늘은 잠시 어두워졌다가 아득한 주홍빛으로 물들며 서서히 어두워져갔다. 갯벌 앞에 짝꿍과 나란히 의자를 펴놓고 앉아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쩐지 몇 년 전 고성에서 봤던 해돋이가 떠올랐다. 만들려고 했던 영화의 촬영을 위해 혼자 떠났던 겨울 고성에서 해돋이를 찍으면서 실은 조금 울었다. 오늘이 오늘인지, 어제가 어제인지 잘 모르고 살았던 그때의 나에게, 성실하게 뜨고 새로 시작하는 해가 감동적이었다. 이날의 낙조는 어쩐지 슬펐다. 금방 끝나버리는, 아름다운 색으로 끝나 온통 어둠만 남은 강화도 시골길을 걸으면서 마감되는 하루가 언젠가 끝나버릴 유한한 사탕처럼 느껴졌다. 낙조보단 해돋이를 보러가고 싶다고 생각했다. 종말보단 창조가, 끝보다는 시작이 아직은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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