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sue082_26.09.04.
모호 성원 / 모순 영인
살면서 좋아하는 다큐멘터리, 음악, 사진 하나씩만 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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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아침 바람이 선선하다. 일일 촬영 알바를 위해 이른 아침 봉은사역으로 향하는 길, 전날 늦게까지 미뤄둔 일을 하느라 몸이 무거웠지만 날씨 덕분에 기분이 괜찮았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촬영은 키친 형태로 된 공간에서 출연자들이 토크를 하고 같이 식사를 하는 포맷이었다. 진행자를 비추는 캠을 잡고 오디오와 포커스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며 그들의 이야기를 한참동안 듣고 있었다. 제작지원금을 확보하기 위해 분투했던 8월이 지나고, 모순의 작업을 돕는 것을 제외하면 오랜만의 '남 이야기'였다.
소중한 일을 하는 이야기. 돕고 구하고 지지하는 일을 하는 이야기. 촬영이 끝나고 간 어느 한 남도 식당에는 할아버지들 무리가 둘러 앉아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오후 3시가 넘은 시간에 쭈뼛쭈뼛 들어가는 우리에게 브레이크 타임이지만 얼른 주문하라고 했다. 주인이신가 싶어 자리를 잡고 '주문해도 될까요?' 하고 물었지만 이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브레이크 타임'이라는 단어를 한국어로 어떻게 말하는 것이 좋을지 토론하고 계셨다. 쉬는 시간이 맞다, 쉬는 시간은 좀 이상하지 않나, 근데 왜 '브레이크'야? 곧 주방에서 익숙한 인상의 아주머니가 나와 밝게 맞이해주었다. 음식을 내어주고, 깨작거리는 우리에게 많이씩 팍팍 퍼 먹으라고.
사람 이야기는 왜 이리 재미있는지, 세상 모든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여유와 마음만 있다면.
by 모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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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금주의 다큐멘터리
<성덕> by 모호
2. 금주의 음악 앨범
<Debut> by 모호
3. 금주의 사진
<기대> by 모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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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성덕
감독 오세연
공개 2021
길이 1시간 25분
관람 넷플릭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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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는 2세대 아이돌의 전성기였다. 뮤직뱅크나 쇼음악중심을 틀면 빅뱅과 동방신기, 원더걸스와 소녀시대가 나왔고, 수련회에 가면 꼭 노래에 맞춰 춤을 추고 노래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남여 불문하고 어떤 그룹의 누구의 팬이고, 필통에 누구의 스티커가 붙어있는지가 너무도 당연했다. 한편으로는 슈퍼스타 k가 열풍이었다. 슈스케가 방영하고 난 그 다음 주 월요일에는 교실에 슈스케 이야기가 빈번하게 떠돌곤 했다. 그중에서도 유독 누군가의 열렬한 팬이었던 친구들이 있다. 초등학교 때 내 짝꿍은 FT 아일랜드의 모 멤버의 팬이었다. 나에게도 FT 아일랜드에 대해 열정적으로 이야기 하던 모습을 꽤 선명히 기억했다.
시간이 흘러 버닝썬 게이트에 FT 아일랜드의 그 멤버가 연루되어 뉴스에서 정말 오랜만에 그의 얼굴을 보았을 때, 나는 짝꿍이 바로 떠올랐다. 짝꿍도 아마 뉴스를 보았겠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혹은 중학생이 되고,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지속되었을지 모르는 덕질의 끝이 성범죄자와 감옥이라니. 초등학생이던 짝꿍의 반짝이던 눈과 경찰에 출석하는 아이돌의 굳은 표정이 겹쳐보였다.
<성덕>은 범죄자이자 연예인 정준영의 팬이었던 감독의 이야기다. 감독의 덕질은 평범한 수준이 아니었다. 정준영바라기로 방송에도 출연하고, 정준영이 감독의 존재를 잘 알고 있을 정도로 '성덕'이었다. 버닝썬 게이트의 주동자였던 정준영이 감옥에 가고 시간이 조금 흘러도 도저히 말끔히 정리되지 않는 기분과 생각을 이제 정리하기 위해 감독은 다큐멘터리를 만들기로 했다. 덕질을 같이 했던 친구들과 또 다른 성범죄자의 팬이었던 친구들을 만나 인터뷰한다. 좋아했던 마음, 그리고 시절과 작별하고자 하는 그들의 시도는 계속되지만 좀처럼 쉽지만은 않다. '그래도 잘 살아'라고, 아직 '오빠'라는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 와중에 분노와 회의감, 끝내는 죄의식까지 느껴지곤 한다. 그의 범죄에 내가 일조한 것은 아닐까. 덕질이란 무엇이길래, 사회면에서 끝나버린 덕질을 어떻게 떠나보내야 할지.
영화의 마지막 즈음, 감독의 어머니는 성범죄 이후 자살한 배우 조민기의 팬이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말한다. 결국 좋아하고 사랑하며 성장하지 않았겠느냐고. 정답 같은 건 없고 범죄자와 그로 인해 아픈 사람만 있는 덕질 장례식에 단 하나의 정답이 있다면 그 사실이 아니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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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리스트
1. Human Behaviour
2. Crying
3. Venus as a Boy
4. There's More to Life Than This (Live at the Milk Bar Toilets)
5. Like Someone in Love
6. Big Time Sensuality
7. One Day
8. Aeroplane
9. Come to Me
10. Violently Happy
11. The Anchor So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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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Debut
아티스트 Björk
발매 1993
길이 48min
스트리밍 모든 플랫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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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욕의 뛰어난 앨범들 중 아직 이 앨범이 가장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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뷔욕을 생각하면 20살 즈음에 본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 '어둠 속의 댄서'에서의 연기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뷔욕을 보려고 봤던가, 라스 폰 트리에 영화를 보려고 봤던가. 영화를 본 동기는 명확히 기억할 수 없지만 나의 첫 라스 폰 트리에 영화는 매우 충격적이었고 그 중심에는 뷔욕이 연기한 셀마가 있었다. 불을 끄고 방에서 혼자 영화를 보는 내내 숨이 잘 안쉬어졌다.
영화를 보기 전부터 뷔욕을 잘 알고 있었다. 음악 애호가 중에 뷔욕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있어도 모르는 사람은 없을테다. 그리고 뷔욕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의 음악만 좋아하진 않을 것 같다. 전부에 끌리지 않을까. 귀로만 듣던 청소년기 뷔욕도 물론 꽤 충격적인 음악이었지만, '어둠 속의 댄서' 이후 찾아본 뷔욕의 뮤직비디오, 영화, 이야기들은 한동안 당시의 내 핀터레스트 피드 전부를 뷔욕의 이미지로 채울만큼 매력적이었다.
뷔욕은 계속해서 음악을 발매한다. 재작년이었던가, 발매한 신보 역시 챙겨듣고 그의 식지 않는 천재성에 감탄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그의 첫 솔로 앨범인 Debut으로 돌아간다. 분노, 슬픔, 기쁨, 그리움, 그리고 고통과 사랑이 전부 섞여있는 이 앨범은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가장 완벽한 데뷔 앨범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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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면서 서 있자니 다시는 걸음을 떼지 못할 것 같아 일단은 계속 걷자. 현상을 맡기면 꼭 한두 장씩 있는 타버린 프레임이 외려 적절하다. 나는 무엇을 찍자고 셔터를 눌렀을까. 도대체 기억이 나질 않는다. 처음 필름카메라를 샀을 때 10롤 정도 찍으면 감이 잡혀 36장을 실하게 채운 결과물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아직 멀었다. 그대도 흔적은 보인다. 뭐라도 남긴 남는구나.
9월이다. 여름 묻은 초가을이 선풍기 바람에 펄럭이는데 마음은 5월이라, 기습적으로 남반구에 던져진 것처럼 계절감이 몽롱하다. 그러니 다음 학기는 휴학한다.
다음 주에는 흑백으로 찍은 롤을 현상할 것이다. 처음 찍어본 흑백사진들이다. 첫 프레임은 어김없이 타버렸을 것이다. 굉장히 멋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약간 기대된다. 기대감과 궁금함. 또다시 발을 떼는 썩 좋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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