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지에서 같이 글을 썼던 후배에게 오랜만에 반가운 연락이 왔다. 졸업영화를 찍고 내년에 영화과를 졸업하려는 모양이었다. 시나리오 초고를 받아 읽어봤다. 그 친구가 교지에 처음 들어와 썼던 글이 생각났다. 벌써 5년이 지난 일이다. 그간 어떤 대학 생활을 보냈을지, 왜 영화과로 전과해 영화를 만드는지. 곧 만들어질 영화가 머릿 속에서 떠다녔다.
by 모호
1. 금주의 다큐멘터리
<24 시티> by 모호
2. 금주의 음악 앨범
<Psyence Fiction> by 모호
3. 금주의 사진
<답사> by 모순
금주의 다큐멘터리
24 시티
by 모호
제목24 시티
감독 지아장커
공개 2008
길이 1시간 52분
관람 왓챠
중국 쓰촨성 청두에 '팩토리 420'이라는 군수 공장이 있었다. 50년대 중국의 국가주도 개발 정책에 따라 선양에서 청두로 이전 설립된 공장은 냉전이 끝나고 군수사업이 위축되면서 5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 결국 철거하기로 결정된다. 공장이 있던 자리에 새로 들어설 건물은 '24 시티'라는 대형 아파트 단지였다. 다큐멘터리 '24 시티'는 철거 직전의 공장을 배경으로 인터뷰를 이어간다.
각 계급과 계층을 상징하는 공장 구성원 8인의 인터뷰를 한다. 이전 설립될 당시 초창기 멤버부터 시간이 흘러 공장이 운영될수록 공장 안에서 형성된 공동체, 가족의 일부들, 예외적이었던 인물까지 공장의 흥망성쇠를 아주 가까이 또는 한 발짝 떨어져 같이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국가가 운영하는 '군수공장'이라는 일터에서 일하던 이들의 자부심과 일상들, 그리고 영원할 것만 같았던 일터가 점차 국가의 사정에 따라 자리가 좁아지고 끝내 사라지게 된 과정. 문화대혁명 이후 중국 근대사의 한 챕터가 공장 안 사람들의 이야기에 강하게 들러붙어 있다.
사라질 공간과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 구술을 채집하는 일. 기억과 애도의 어쩌면 가장 기본적인 방식처럼 보이지만 지아장커 감독은 장치 하나를 추가했다. 인터뷰이 중에 전문 배우를 섞어 투입시켰다. (아마도) 중국 관객이라면 더 눈치 채기 쉬울 이 장치는 결국 구술의 역할과 지위, 더 나아가서는 이 영화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배우가 연기하는 구술 내용의 신뢰도를 끌어내리면서 지아장커가 말하고 싶었던 건 어쩌면 구술 그 자체, 가짜와 진짜가 섞인 구술이 어디서 어떻게 이루어지고 또 어떻게 의심으로부터 도전 받는지가 아니었을까.
마지막 구술자(배우가 그 역할을 맡았다)의 '공장이 무너지고 난 뒤 24 시티에 부모님을 꼭 다시 모시고 말겠다고, 나는 노동자의 딸이기 때문'이라는 대사에 지아장커가 영화로서 다다르고 싶었던 질문이 담겨있는 것만 같다.
금주의 음악 앨범
Psyence Fiction
by 모호
트랙리스트
1. Guns Blazing (Drums of Death Part 1)
2. Unkle Main Title Theme
3. Bloodstain
4. Unreal
5. Lonely Soul
6. Getting Ahead in the Lucrative Field of Artist Management
7. Nursery Rhyme / Breather
8. Celestial Annihilation
9. The Knock (Drums of Death Part 2)
10. Chaos
11. Rabbit in Your Headlights
12. Outro (Mandatory)
13. Be There" (ft. Ian Brown) (2003 Bonus track)
앨범 Psyence Fiction
아티스트 UNKLE
발매 1998
길이 64min
스트리밍 모든 플랫폼
새 집에서 여름 맞이를 하고 있다.
지난 주에는 같이 사는 친구와 에어컨 청소를 했다. 전 집주인이 두고 간 에어컨은 낡아보이는 외관과 다르게 내부가 생각보단 양호했다. 필터를 분리해 물로 헹궈두고 에어컨 청소용 스프레이를 사기 위해 근처 다이소를 샅샅히 뒤졌다. 준비성이 철저한 친구는 물건 재고까지 미리 파악하고 출발했지만, 매장에는 정보 업데이트가 되지 않았는지 물건이 없었다. 이왕 나온 거 오늘 에어컨을 해결해야겠다는 무언의 합의를 마치고 꽤 더운 날씨에도 도보 20분 정도 거리의 다른 매장까지 걷기로 했다.
평일 낮 서울의 사람 사는 거리, 그러니까 업무 지구나 작업실 근처가 아닌 거리를 걷는 건 오랜만이었다. 주로 중년의 상인과 행인이 대부분이었고, 그들의 모습은 치열해보이기도, 하릴없어 보이기도 했다. 서울과 서울이 아닌 곳. 여유나 복잡함 같은 수식을 붙여 설명해보려고 해도 결국 실패하고, 어떤 '느낌'으로만 감지할 수 있는 '서울성'의 경계에 있는 분위기. 괜히 그 분위기에 휩쓸려 한껏 여유로운 걸음을 하고 친구와 담소를 나눴다. 3시간 뒤면 기억하지 못할 대화들. 그러다가 목적지에 도착했고 무사히 물건을 구매했다. 물건을 구하자 이제 우리의 관심은 온통 날씨와 아이스크림으로 쏠렸다. 아이스크림 가게를 찾아 거주 지구를 떠돌다 문득 이곳이 우리가 지금 거실에 두고 있는 크고 길다란 원목 책상을 이사 온지 얼마 되지 않아 중고거래로 사왔던 곳이었음을 깨달았다. 여기에다가 차를 세워두고 책상을 어떻게든 트렁크에 넣기 위해 끙끙 댔었는데.
각자 입에 문 아이스크림과 손에 든 에어컨 청소도구와 함께 마을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 동네의 비밀을 하나 알게 된 것 같은 마음과 함께. 그리고 지금, 그렇게 사 온 청소도구로 깨끗하게 청소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UNKLE의 전설적인 앨범 Psyence Fiction을 듣고 있다. 이곳에 앉아 맞이할 여름의 메인 테마처럼 1번 트랙이 달려나갔다.
금주의 사진
답사
by 모순
지난 두 달 동안 지난 주를 제외하고 매주 우사단로를 방문하고 있다. 새로운 다큐멘터리 작업을 위해서다. 기획안을 쓰면서 스스로가 이 소재와 주제 앞에서 얼마나 무력한지 나날이 깨닫고 있다. 불안한 마음은 자꾸 책으로 손을 뻗는다. 장소성에 관한 것, 콘크리트에 관한 것, 아파트에 관한 것 등. 나의 불안만큼 꽂혀가는 책들의 두께도 규모를 이뤄간다.
어제는 프로듀서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프로젝트를 시작했던 처음으로 시선을 다시 되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방인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마음 먹었다. 그래서 다시 그쪽 책을 뒤적여봐야겠다고 생각 중이다.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르니 발길이 불가사리 같다. 일관된 방향 없이 촉수를 여러 갈래로 뻗어 더듬는 중이다. 언젠가는 방향이 정해지면 불가사리는 마치 톱니바퀴처럼 바뀌어 날카롭게 가속시켜줄거라 믿는다.
오늘도 우사단로에 다녀왔다. 오늘은 일대를 걸으며 내 마음이 어느 방향으로 피워오르고 있는지 들여다보았다. 보고 있다. 돌아와 파일을 정리해보니 첫 답사촬영이 딱 1년 전이었다. 조금씩 한 걸음씩 나가고 있다. 작업의 성취는 모르겠지만 성장은 느껴진다.